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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벌써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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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un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5,329회 작성일 15-11-26 01:23

본문

2주 남았네요.
2009년 12월 13일에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해서 뛰는 가슴을 안고 독일 생활을 시작한게 며칠 전 일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어요.
왜 가을만 되면 해도 너무 빨리 져 버리고, 날도 추워지고.. 생각이 참 많아지고 하잖아요?
가끔 들어와 질문에 답하고 회원님들 글도 읽고 가곤 했는데, 오늘 괜히 지금까지 지내온 날 들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딱히 베를린으로 유학을 와야 하겠다! 하는 목표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집이 싫었고, 도망쳐 버리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부터 매일 술을 드셨고,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가족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어요.
아버지께 맞고, 여기저기 부서진 물건을 치우는 엄마, 우는 동생들, 엄마를 돕는 제 모습은 우리 가족에게는 그냥 일상이었고, 어느순간 집에는 할머니, 아버지, 열한살 어린 막내동생 그리고 저 이렇게 넷만 남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빈 자리에는 어느새 커버린 제가 있었고, 그렇게 술취한 아버지를 저지하다가 몸싸움을 벌이는건 새로운 일상이 되어 있었죠.
그렇게 하루 하루 사는데,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가 같이 독일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갓 스무살이 된 저에게는 꿈같은 이야기 였어요. 금전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이제 아홉살인 불쌍한 막내동생,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인건 자기탓이라며 절절매는 할머니를 두고 혼자 떠날 엄두가 나지를 않았어요.

그렇게 유학 갈 친구에 대한 부러운 마음, 난 그렇게 하지 못 할 것 이라는 절망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술 취한 아버지와 크게 싸우게 되었어요. 매일 돈돈돈 한다며 할머니 얼굴에 만원짜리 몇장을 던져버리는 아버지 행동을 보니, 억울함, 분노, 그냥.. 이 모든게 아버지 탓 인 것 같은 마음에 대들고 결국 싸우다 크게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되었어요.

가까이 살던 고모가 병원에 찾아왔고, 괜찮냐는 고모의 한마디에 눈물이 터져나와 애처럼 펑펑 울며 하소연 하면서, 내 친구 걔는 좋아하는 음악 하러 유학간다더라. 너무 부럽고 그렇게 못 하는 내 삶이 절망스럽다. 이런 이야기들도 다 풀어놓았어요.

아마 그때 고모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독일에는 결국 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며칠 뒤 고모가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씀 하시더라고요
"막내는 내가 데려다 키울게. 너 유학가. 너 계속 그렇게 살아서는 아무것도 못해. 너라도 제대로 살아"

며칠을 고민했어요. 수중에 있는 돈도 전혀 없었고, 독일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막내동생과 할머니를 두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내 삶이 과연 그 곳에서 나아질까 하는 두려움에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생각만 하며 며칠을 보낸 것 같네요.
할머니께서 어느날 방에 들어오시더니 5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을 내밀며 말씀하셨어요.
"집팔고 이사오면서 남은 돈이야. 네 고모가 이야기하더라. 가.. 너랑 네 아빠 싸우는 꼴 보다가 내가 말라죽겠다. 너라도 눈에 안보이면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까 그냥 가"

할머니 끌어안고 펑펑 울었어요. 죄송한 마음에, 감사한 마음에...

결국 공항에서 저한테 매달려 펑펑 우는 제 딸같은 막내 동생을 품에서 떼어두고 그렇게 프랑크푸르트 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처음 타는 국제선에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내내 새 삶에 대한 기대감, 두려움, 두고온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렇게 베를린에 도착해서 여기까지 왔네요.

음.. 베를린에서 지낸 지난 6년 이야기 쓰려 했는데, 쓰다보니 프롤로그가 되었네요..
밤도 깊었고 하니.. 내일을 위해 오늘은 자고, 또 시간나면 돌아와 몇 자 적겠습니다!
추천11

댓글목록

떡끼님의 댓글

떡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별 생각 없이 클릭했다가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도네요.
프롤로그조차도 감동적이에요.ㅎㅎ
시간 되실 때 계속해서 더 써주세요.

나그네님의 댓글

나그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ㅠㅠㅠ
님, 솔직하고 담담한 글에 눈물 한바가지 쏟았습니다.

그 막내동생은 지금 몇살인지, 어떻게 지내는지, 할머니는 안녕하신지, 그동안 한국은 한 번 다녀오셨는지,

너무너무 궁급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unet님의 댓글의 댓글

un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을 한바가지나 쏟으셨다니.. 괜히 죄송스러워 지네요..
막내는 이제 열여섯 내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네요. 2009년 12월 이후 한국엔 들어가지 않아서 막내도 할머니도 사진으로 가끔 보는데요. 몰라보게 커버린 막내, 너무 늙으셔서 한없이 약해보이는 할머니를 보면 혼자 다른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이상해요. 그러는 저도 그동안 많이 달라졌겠지만요.. :)

Dany님의 댓글

Dan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감동적인 글이군요..
앞으로 시간 되시면 계속 더 써 주시길 바라구요.
멀리에서나마 님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kimi86님의 댓글

kimi8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눈물이 나네요... 저도 가족 문제로 고통받아 본 경험이 있어서요... 먼 땅에서 외롭지만 힘내서 꿈을 꼭 이루시기를 응원할게요. 다음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unet님의 댓글의 댓글

un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렸을 땐 그냥 모든게 불공평 하다는 생각만 들고, 부모님탓 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오히려 제가 그런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성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해요.
저는 좋아하는 악기로 diplom을 마치고 master과정에 재학 중 입니다. 연주도 하고 musikschule에 나가 아이들도 가르치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응원 감사합니다. Kimi86님도 힘내시기를!!

anpigone님의 댓글

anpigo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아침 6시, 너무 피곤하고 일어나기 싫더군요. 그래도 할 수 없이 일어나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님의 글을 읽었더랬습니다. 마음이 찡한데... 뭐라고 당장 말씀해드리고 싶어도 시간상 못하고, 그냥 추천만  누르고 저의 하루를 시작했네요. 하루 종일 님 생각이 나더군요.

담담하고 진솔한 글, 저에게도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님을 마구마구 응원합니다!!!

unet님의 댓글의 댓글

un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루종일 제 생각을 하셨다니, 감개무량합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렇다고 지금 엄청 잘나가는 건 아니지만, 제가 하고싶은 공부를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부족함 없이 살고 있어서 요즈음 참 행복합니다.

빛나는밤님의 댓글

빛나는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가서 그런지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신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unet 님 글 읽고 저도 힘을 내어 봅니다 :) ..

니니닝님의 댓글

니니닝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왜이렇게 눈물이 나려 할까요 ㅎㅎ 저도 오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참 많이 공감가는 글이었고
또 많은 용기 얻고 갑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삶은 이렇게 멋지게 빛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힘내서 독일에서 새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어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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