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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광고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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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onigte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95회 작성일 15-09-30 12:56

본문

내가 쓰는 노트북에는 광고를 막는 프로그램이 깔려있어서 한 번도 그런 걸 본적이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번쩍번쩍 거리며 200유로 굿샤인을 탈 수 있는 기회라 광고하는 설문조사 말이다.
학교 컴퓨터를 쓰던 도중 그놈을 발견한 나는 아무 생각없이 설문조사를 마쳤다.
내용이 광고 같았고, 광고 전화가 올 것도 같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전화 몇통에 200유로 굿샤인을 탈 기회를 얻는 다면 나쁘지 않은 기분전환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광고 전화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광고 메일은 괜찮다. 구X메일이 대부분 걸러내 그다지 번거롭지 않았다. 문제는 전화였다. 하루에 세통씩 끈질기게 울리는 전화 전화 전화! 스팸등록을 해도 끝이 없다. 몇주가 지나자 전화테러는 사그러졌고 평화가 다시 찾아왔을 무렵... 일하는 곳에서 감기가 유행했다.

나 말고 알바생중에 아파서 못나온 사람만 5명. 열심히 땜빵을 하던 나도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열감기, 코감기, 기침에 몸살기운 완전 종합세트! 약을 먹고 비몽사몽간에 낮잠을 자는 걸 겨우 성공했을 무렵 또 다시 그놈에 전화가 울렸다.

원래라면 모르는 번호는 안 받았을 텐데 <하도 시달려서> 자다 깨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수신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에선 내가 200번째 설문조사를 한 사람이여서 200유로 여행 굿샤인에 당첨되었다는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근사근한 젊은 남성이었다. 아마 밝은 갈색머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이미지의 호감이 가는 목소리였다. 내용 때문에 그랬을 지도 모를 일이다.

200유로면 내년 여름 한국갈때 쓰면 좋겠다 싶어 신이 났다. 여전히 머리는 반쯤 자고 있었지만 그와중에 집 주소를 확인하고...

전화를 끊고 몇 분 뒤 갑자기 정신이 확 들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가 뭘 한 거지? 왜 내 콘토정보를 불러줬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신문Abo에 가입해버린 나를 발견했다!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거운 머리를 끌고 인터넷을 켜 구글에 방금 걸려왔던 전화번호를 쳐봤다. 맙소사! 200번째 설문조사자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소금 중에 왕소금! 꽃소금인 내가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할 줄이야! 더 꼼꼼히 찾아보니 2주안에 법률 운운하며 싸우면 해지할 수 있단다. 그나저나 200유로 굿샤인을 주기는 하는 걸까? 그럼 신문 봐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감기약이 단단히 든 모양이다. 우선 다시 자고 일어나야지.

어쩐지 패배한 것 같은 기분에 베개를 쥐어 뜯으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이게 다 상담원 목소리가 달콤했던 탓이다. 아니, 감기약이 너무 강했던 탓이다. 곧 시작될 큔디궁 전쟁을 기약하며 잠이든다.
추천1

댓글목록

sonnenblumen님의 댓글

sonnenblum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유로 굿 샤인은 반드시 줄 거예요, 추첨해서^^
저도, 한국에서, 속아 넘어갈 뻔 한 적이 있는데
당첨한다는 말은 쏙 빼고 뭘 구매하면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준다고...
그런 전화 많이 받아 본 아무개는 '추첨이지' 라고 단번에 말하더군요.
빨리 해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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