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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24. 10. 지도교수와의 관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Kristall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6건 조회 6,542회 작성일 02-10-25 19:56

본문

오랫만에 쓰는 것 같네요. 그동안 거의 매일 베리에 들르긴 했지만 글을 쓸 기분(죄송^ ^;)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예전에 말씀드린대로 지도교수 선생님을 만난 일에 대해서 쓰기로 하지요.

저의 지도교수 선생님은 굉장히 친절하신 분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제가 처음 이곳에 도착할 때 혹 기숙사 문닫는 시간(? - 물론 기숙사 사감이 없는 시간을 말씀하시는 거겠죠)을 넘어 늦게 도착하게 된다면 자신이 내 방 열쇠를 미리 받아다 놓아주겠다고 해주실 정도니까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물론 그리고나선 어떻게 내게 전해주실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워낙 친절하게 대해주시다보니 배부른 고민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 바로 선생님을 뵈었는데(장학금신청 시기로 어쩔 수 없었음), 물론 제 마음 같아선 한 달 정도는 사전에 입 좀 풀고, 독일어 좀 익힌 후, 좀 자신감이 생기면 선생님을 뵙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는 사정이었죠. 처음에 선생님을 뵈었는데 제가 알아 듯던 말던 마구 독일말로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다가 제 표정이 영 아니었던지 영어로 말씀해주셨죠, 하지만 영어도 잘 못 알아듣겠더군요. 결국 암 말도 못하고, 계속 'Ja, Ja, Yes, Yes'만 하다가, 아니면 그저 바보같이 미소만 빙그레이 짓다가 'Auf Wiedersehen'하고 나왔습니다.

두번째 만나던 날, 이번엔 선생님이 바로 영어로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장학금 추천서를 써주려면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면서 갑자기 제 전공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가지고 오셔서 마구마구 질문을 하시더군요. 물론 한국에서 다 배운 것들이고, 물론 이력서에도 다 마스터했다고 썼지만 한국에서와 여기가 어디 같습니까... 제가 여기와서 느낀 건, 아무리 같은 과목이라도 그 배우는 깊이와 전문성은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갑자기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하시는데, 하늘이 노래지면서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은 장학금 신청이라는게 자기 피알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한국에서의 버릇대로 못 해도 잘 안다고 썼고, 조금 부풀린게 사실이지요..^ ^;; 이제 끝이구나, 난 끝장이다, 게다가 독일 사람들은 아주 냉정하고, 정확하고, 철저하다던데 얼렁뚱땅 넘기려 했으니 난 찍혔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이것저것 진땀을 흘리며 대답을 하고,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앞으로 열심히 해야한다고... 그 말씀을 하시던 선생님의 표정이 얼마나 무섭게 보였는지, 갑자기 눈물이 나올려고 하는데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아마 선생님도 보셨을거예요, 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거....

세번째 만나던 날, 여전히 다름없이 친절하신 모습이셨습니다. 게다가 한국어에도 관심이 있으시다면서 한국 문법책을 꺼내 놓고 내게 발음이며 이것저것 물어보셨죠. 그래서 제 맘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그 전 만남 때문에 제 마음이 지옥이었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몇 번 만나고, 또 수업듣고 하면서 그 뒤로도 선생님과의 만남을 여러번 가졌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느끼지만, 선생님을 뵐려면 언제나 죽을 맛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언어의 장벽이라는게 아무리 자주 얼굴을 봐도 인간적으로 가까운 느낌이 전혀 안 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항상 웃고, 친절하시지만 그건 그것이고, 항상 봐도 나와는 아주 먼 사람, 마치 TV 속의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랄까...

최근에 선생님을 뵙던 날, 근 두 달 반만에 뵙는 것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지요, 열심히 독작을 하고, 외우고... 그리고 준비한 질문들과 준비한 하고싶은 말들을 했습니다. 내가 말할 때 선생님의 표정 - 유난히 굳어지시는 표정 - 내 말에 경청하고 계신다는 표정인지, 아니면 저렇게 말도 못하는 한심한 애를 박사과정으로 들여났으니 어쩌나, 나는 걱정의 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 을 보면 괜시리 마음이 떨리고 긴장이 됩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역시 남의 나라에서 공부하는게 힘들긴 힘들군요, 선생님의 표정 하나하나에 내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갑니다)

어쨌든 제 말을 다 들으시더니, 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아주 빠른 독일어로 한참 대답해 주셨습니다. 물론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알아듣는 척 했지요. 이상하게 다른 사람 말은 조금씩 알아듣겠는데 우리 선생님의 말은 잘 못알아 듣겠습니다.  그리고나서 제게 그러시더군요, 그 사이 독일어가 많이 늘었다. 'Wunderbar'라고... Wunderbar는 무슨...  돌아오면서 내가 했던 말들을 되씹어 생각해보니, 실컷 외워서 간 말들은 다 어쩌고, 한두군데 틀리게 말한게 아니던데요, 뭘.... 그래도 그렇게 선생님을 뵙고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선생님 만날 일이 있으면 며칠 전부터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 날 뭔가 큰 일을 해냈다는 마음에 그날 저녁엔 오랜만에 외식을 했습니다.^ ^

지도교수 선생님과의 관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Doktorvater라고 하던데,  'vater'라는 말 참 정겹게 느껴지긴 하더군요. 하지만 외국에서 문화도 사고방식도 언어도 모두 다른 곳에서 공부한다는 것, 그리고 이곳에선 지도교수와 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관계를 잘 이끌어간다는 것 역시 굉장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이 역시 매우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추천3

댓글목록

graphor님의 댓글

graphor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금보다 더 잘하실수 없으실거 같네요.. 아주 좋은거 같은데요..

Konan님의 댓글

Konan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저는 여기 온지 2달 밖에 안된 초자입니다. 독일어도 거의 못해요. 포닥으로 왔죠.
근데, 제 boss는 일요일 공항까지 차끌고 마중 나와서 제가 사는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일요일 guest house 사무실을 안연다고 열쇠를 주면서요. 그리고, 갖가지 베를린 지도와 책자도 함께 주시더군요. 무지 친절하죠 ?  제가 거류증명서 뗄때, 제 아이들 유치원 때문에 Rathaus 에 갈때도, 부탁도 안했는데 차로 저를 데리고 가 주었습니다. 대단하죠 ? 사실 좀 예외적인 독일분인 것 같아요.
제가 느낀 다른 독일 사람들은 초면에는 숙스러워하지만, 미소로 말을 걸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와 닮은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유학생활 행복하세요.

Kristall님의 댓글

Kristall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런데 문제는,  정말 친절하신 분이다고 생각하다가도 과연 저게 정말 나에 대한 호의일까 , 아니면 그저 예의상의 친절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겁니다. 저 웃음 뒤에 다른 무엇이 있는 건 아닐까,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랄까...
 이곳에 온뒤로 사람이 의심만 늘고, 위축되고,  늘 다른 사람 눈치보게 되고, 사람이 점점 못나지는 것 같습니다. ㅜㅜ

citadel님의 댓글

citadel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대답해 드리겠지만 저역시..힘든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면 그리고 부지런히.. 결과가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고 고민하기도 하지만
자신감이 점점 줄어 가고, 난 왜이래 모르는게 많고 못하는게 많을까.. 란 생각에
젖어 듭니다. (특히, 영어, 독일어 다 못하고..최근엔 한국어도 안되고...ㅠㅠ)
하지만 끝까지 날 붙잡는 것은.
"정직하게 부지런히 꾸준히 하자" 라는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조언해주신 것중 독일 생활에서 제1의 신조는
바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입니다.
저도 100%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힘내시고요. 말로, 글로 표현되지 않는 유대관계, 인간과의 관계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꾸준히 만들어 가세요
(저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구요.)

지나가다가님의 댓글

지나가다가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처음에는 말이 잘 들리지 안는것이 당연하지요. 저의 경험으로 볼때 TV앞에서 노트를 가지고 들리는 문장을 무장적 적어보는것이 듣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머리속으로 자꾸만 해석을 할려고 시도를 하지 마세요. 언어는 언어일뿐 입니다. 언어를 그자체로 받아 들이세요. 단어 한두개를 알아듣는것보다는, 그리고 알아들은 단어를 무슨뜻인가 머리속으로 생각을 하는것 보다는 전체적인것을 파악하는것이 더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한 단어를 머리속으로 한국어로 번역을 하다가 보면은 다른 단어들은 전부다 지나가고, 무슨말을 했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게 되지요. 어느 정도 듣는것이 해결이 되면은 일부러 단어를 외우러 하지말고, 방송을 볼때에 사전을 가지고 있다가 단어가 들리면 그때마다 사전을 찾아보는것이 단어를 외우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너무나 어려운 문장을 구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일사람들도 공식적인 자리외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문장은 사용을 하지를 않습니다. 한국에서 너무 쉽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실제로는 더 많이들 사용을 하지요. 물론 논문을 쓸때에는 다르지만. 그리고, 독일에서 공부를 할때 한국에서 처럼 너무나 책에 매달려서 이론에 치중하면은 도움이 되지 안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도 아직까지 고치지 못하고 있지만. 제가 책을 많이 보니까 저희 연구소의 한 박사의 말이 그렇게 이론에 치중을 하고, 두꺼운 책만 보고 있으면 그누구도 도와줄수가 없다고 합니다. 연구소의 사람들하고 많은 토론을 하라는 이야기 이지요. 실제로 독일아이들은 책을 보는것 보다는 다른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공부를 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일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꼭 독일어 책으로 공부를 해야지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어떤 언어로 공부하는냐 하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이해를 하고 있는냐 하는것이 더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것이 있으면 교수님이나 아니면 연구소 직원들에게 물어보도록 하세요. 지도교수가 너무 친절하게 해주는것이 두려우신것 같은데, 두려워 하지 마시고 그대로 받아 들이세요. 지도교수를 찾아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창피하기 때문에 웃고만 있거나 아니면 이해한척 하면은 도움이 되지가 않습니다. 대화도중에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한번 물어보세요.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남들은 내가 전부다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며, 그러면 나만이 손해를 보게 되는것이지요. 어느정도 시기가 되면은 한국말, 독일어, 영어 전부다가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이시기를 넘기게 되면은 어느날인가 나의 언어능력이 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 연구소 사람들이 해준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여기는 독일이다. 한국에서 수동적으로 살았더라도, 여기는 너희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 식으로 살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으면 너희 문제를 아무도 이해를 하지못하고, 그러면 그누구도 너를 도와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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