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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시소설 동어반복의 사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188회 작성일 12-06-29 12:57

본문

문득
내가 이렇게
너에게 다가가
네 귀에 사랑한다 속삭이고
네 머리칼을 쓰다듬고
손과 팔과 다리와 가슴을 매만지고
덥혀진 몸들이 한 몸이 되고
서로의 욕망을 뿜어 식혀내는 것이
진실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사랑을 사랑이라 하고
너를 너라고 하고
너의 부드러운 귓볼과 머리칼과
손끝과 팔과 다리와 가슴을
매만지며 정말 부드럽다 하고
몸을 섞고 이제 한 몸이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공허한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그보다
몸이 맞닿지 않아도
내 느낌 속에 깃든 네 느낌을
네 느낌 속에 깃든 내 느낌을
네 아픔 속에 깃든 내 아픔을
내 아픔 속에 깃든 네 아픔을
네 허물 속에 깃든 내 허물을
내 허물 속에 깃든 네 허물을
찾아 어루 만지는 일들이
자꾸만 도드라지는 텅빈 욕망의 촉수들로
서로를 사라지게 하는 동어반복의 사랑보다
훨씬 사랑다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문득
동어반복의 사랑만으로는
도무지 영원하지 못한 시간과
자꾸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신기루를
좀처럼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28.06.2012 fatamorgana
추천0

댓글목록

이용혁님의 댓글

이용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섹스말고) 사랑이라는게 진짜로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들어 그런 건 없는건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그런게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그냥 내 환상일 뿐이었고, 대강 서로의 외견을 훑어보고 마음에 들면 간단히 섹스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알리바이에 불과한건가, 이런 회의가... 들어서 정신적으로 좀 피로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Noelie님의 댓글의 댓글

Noel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회의에 빠져보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누구는 말하더군요. 사랑이란 찾아 헤맬 때는 나타나지 않고 뜻밖의 순간에 갑자기 어디서 비쳐오는 가는 빛줄기 이더라고. 사랑이 떠나는 순간 탄생을 절감하게 되는 것도 사랑의 불가해성 속성이라고 합니다.

저도 가끔 삶을 오래 살아 본 이들에게 귀을 귀울여 보기도 합니다. 혹시 시몬느 드 보봐르의 "위기의 여자" 읽어 보셨겠지요. (거기서 매력있는 여자 변호사가 Noelie 입니다. 물론 저는 거기서 따온 것은 아니고요) 평생 사랑을 확신하고 살아온 중년여성 모니끄에게 어느 날 남편은 사랑하는 다른 여인이 생겼음을 고백하지요. 모니끄는 과연 그럼 지난 20년 간 남편과 자기 사이에 사랑은 존재했었는 가 질문합니다.

우리는 평생 이런 질문을 반복하면서 사랑의 존재를 찾겠지요.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과정이기도 하겠고.

언젠가 혹시 그럴 맘이 생기시면 이용혁님 사랑이야기도 한 번쯤 들려주세요.......

fatamorgana님의 댓글

fatamorgan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환상이 아닌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무엇(누구)인가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나는 쉽사리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남도 실은 또 하나의 나임을 잊게 되지요. 몸의 사랑은 몸의 사랑, 마음의 사랑은 마음의 사랑. 너는 너, 나는 나, 나의 세상은 나의 세상, 너의 세상은 너의 세상. 이런 동어반복(Tautologie)들은 늘 옳아 보이지만, 그 한계가 분명합니다. 차라리 몸이 마음에게 마음이 몸에게 서로를 기대듯, 나와 너, 죽음과 삶, 선과 악. 그 대립되는 듯한 것들이 서로에게서 서로를 찾아 기대어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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