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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파독광부가 독일땅에 온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63년 파독광부 1진이 독일에 도착하면서 재독동포사회가 시작되었고, 전세계 동포사회의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파독광부분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하셨지만 정작 개인적으로는 낯설고 물설은 땅에서 고생도 많으셨을 겁니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어찌 몇마디 필설로 다하겠습니까만 파독광부분들중에 몇분이 독일땅에 와서 겪은 체험을 여기에 풀어놓고자 합니다. 파독광부의 삶은 그 자체가 소중한 역사입니다. 그러니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는 마음으로 어렵게 글을 써가실 때, 서투른 점이 있더라도 많은 성원 바랍니다. 

이정의칼럼 검정밥(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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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독50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426회 작성일 13-05-13 16:37

본문

딸 코리나
 
1968년 새해가 왔다.
 
산기가 가까워졌다. 저녁에 둘이서 함께 누워 있을 때 아내의 배에 손을 얹으면, 세상이 그렇게 빨리 보고 싶은지 뱃속에서 아기가 발버둥을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일월 십일 경이 출산일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에 나는 칠일부터 휴가를 얻었고, 팔일 저녁에 우리는 늦게 산책을 나가서 마을을 한 바퀴 빙 돌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찬바람을 쐬면서 거의 한 시간을 걸었기 때문인지 아내는 고단한 몸을 소파 위에 앉히면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내를 쳐다보니 아내는 배를 부둥켜안고 신음하고 있었다. 진통 간격을 재어보니 십 분마다 있었다. 나는 급히 택시를 불렀다. 미리 준비한 물건이 든 가방을 들고 병원 분만실로 갔다. 밤 근무를 하던 산파가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했으나 기왕에 왔으니 병원에 머물러 있으라고 하며 나더러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나 혼자 집에 왔으나 도저히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녘에야 잠깐 눈을 붙이고는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열시가 넘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당신 부인이 아침에 분만했습니다. 딸입니다. 아기와 산모는 모두 건강합니다.”
 
전화 저쪽 끝에서 대답을 했다. 이 순간에 나는 자식을 가진 아버지가 되었다. 천만리 머나먼 낯설고 물선 남의 땅에 스스로 자진해서 내 몸을 노동자로 팔고 와서 천길 땅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 허우적거리며, 그래도 구름 가운데 별빛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장래를 내 것으로 만들려고 오늘을 애쓰며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이제 아내와 자식이라는 가족이 딸리게 되었고, 나는 또 그들의 삶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
 
돌아가기로 결정한 고국은 이젠 어쩌면 영원한 이상적인 꿈이 된 것 같았다. 하고 싶었던 공부도 이제는 급선무인 생계해결책으로 인해서 뒤로 미루든지 아니면 영영 할 수 없게 되었다. 나에게 닥칠 운명이라면 나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먼저 자식을 건강하게 잘 키우는 일이고 그 다음에는 주어진 운명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화 속에 들리던 ‘딸입니다’라는 간호원의 말을 되새기며 나는 ‘첫딸 유복’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기억했다. 무엇보다 건강하다니 반가웠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나는 속으로 얼마나 염려했는지 모른다. 혹시 아기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까 해서.
 
당장 처가에 연락한 후 병원으로 갔다. 병실 창문으로 보여주는 아기는 벌써 손가락 길이만한 새까만 머리털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우리의 첫 대면이 비록 유리창을 통해서 이루어졌지만, 찌그러진 얼굴에 눈을 감고 있는 아기가 귀엽고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딸을 ‘코리나’ 라고 이름 지었다. 사흘 후에 코리나와 아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아내가 병원에 가기 전에 알뜰살뜰히 꾸며 두었던 아기 방에 코리나를 눕히고 우리는 무슨 귀중한 보배를 드려다보는 것처럼 아기를 드려다 보면서 손도 만져보고 얼굴도 쓰다듬으며 기뻐했다. 처음에는 아기를 안으면 손바닥 사이로 빠져서 떨어질 것 같아서 여간 조심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를 도우시고 당신의 의의 오른손으로 우리를 붙들어 주시기를 빌었다. 나는 또 어머님께서 옆에 계셔서 손녀를 안겨 드리지 못함을 원통하게 생각했다.
 
내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자는 딸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팔에 안겨 자고 있는 아기가 어쩌면 너무도 불쌍하고 측은했다.
“아가야, 너는 왜 하필이면 이방인으로 광산에서 석탄을 파야 하는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야 했나?”
 
나는 내 품에 안긴 아기를 내 가슴에 꼭 들이 붙이면서 눈물어린 얼굴로 아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기의 젖내를 느끼면서 나는 이 순간부터 독일에서 이 아이의 고향이 되어야 했다.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자랐고, 나 혼자 광산노동자로서 벌이한 것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가난했으나 걱정 없이 아기와 더불어 소꿉놀이처럼 재미있는 살림을 이루어 나갔다. 나는 또 나중에 안 되더라도 내가 할 것은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독일어를 더 배우고 또 나중에 대학에 갈 준비도 하기 위해서 스타이거의 허락을 받아 아침 반에만 근무를 하고 저녁에는 야간학교에 갔다. 아침에는 힘겨운 노동을 하고 저녁에는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자니 몹시 힘이 들었으나 공부한다는 기쁨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친구 부부
 
하루는 Y 군의 부인이 예쁜 아기 옷을 가지고 왔다. Y는 내가 자취하며 살던 방에서 이년 전에 독일로 왔던 간호원과 작년 가을에 결혼하고 살림을 차렸다. Z 형도 아직 그 집에 살고 있었다. 근방에 여자 친구도 없었음으로 Y의 부인은 아내와 친했다. 특히 나와 친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들이 결혼한 후 이 개월이 갓 넘었을 때부터 부부싸움이 자자했다. 부인은 한 층에서 다른 남자들과 함께 부엌과 화장실을 함께 쓰지 말고 집을 얻어 단 둘이서 살림을 차리자고 했고, Y 군은 다른 독일 사람과 한 집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나가서 사는 것이 외로우니까 부인이 괴로움이 많더라도 거기에서 계속 살자고 주장했다. 거기에다 손질이 나빠서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다.
 
하루는 내가 Z 형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옆방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형님은 Y 군이 매일 같이 부인을 볶아댄다고 하면서 자기가 어디에라도 방이 나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집 주인도 이 사실을 알고 Y 군 부부가 집을 얻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럴 때에 Y 군이 또 부인을 때리는 소리가 나고 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이튿날 나는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Y 군을 만났다. 밭 두렁길을 함께 걸어가며 나는 어제의 이야기와 Z 형의 이야기와 집 주인의 이야기를 들은 것을 말하고 그의 처사와 행위에 고려할 점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물론 부부의 일은 당사자의 일이고 타인인 내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지만 아래층에 사는 독일 주인까지 모든 사실을 알고 Z 형에게 말할 경우에는 그들이 아는 이웃과 친지들에게도 한국부부가 어떻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지 않느냐고 했다. 또 부인의 입장에서도 부엌이나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Z 형을 만나게 되니, 밤에 잠옷 바람으로 나가기도 거북할뿐더러 독립된 살림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리고 전부터 친한 사람들이 한 집에서 부엌을 함께 쓰는데 말없이 어떻게 지날 수 있는가? 라고 하면서 가능하다면 집을 구해서 나가라고 했다.
 
“자네도 부인의 입장을 고려해야 되지 않나?”
 
나는 그로부터 집을 구하겠다는 다짐과 다음 월요일에 회사 주택 사무실에 같이 가자는 약속을 받았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 회사 근처에 집을 얻어서 들어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런데 하루는 우리 부부가 벌써 잠이 든 늦은 밤중에 초인종이 끊임없이 계속 울렸다. 나는 실내용 외투를 걸친 후 문을 열었다. Y 군이 바깥에 서 있었다.
 
“정의야 빨리 와! 마누라가 죽었다.”
 
나는 아찔했다. 옷을 걸치기가 바쁘게 Y를 쳐다보지도 않고 의사에게로 달려갔다. 미친 사람처럼 초인종을 눌렀다. 의사가 잠옷 바람으로 문을 열면서 웬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사람이 죽었다고 외치며 의사를 독촉했다. 그도 상황을 파악했던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곧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나왔다. 의사와 Y 군이 사는 집은 불과 50m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에겐 너무 멀어 보였다. 우리가 방에 도착하니 부인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약을 먹고 자살을 시행한 것이었다.
 
의사는 곧 구급차를 불렀다. 나는 의사를 따라 방에서 나가다가 다시 들어가서 멍하니 서 있는 Y의 뺨을 죽으라고 쳤다. 뒤로 나자빠지는 그를 두고는 나는 의사와 함께 구급차에 올라탔다. 나는 부인의 손을 잡고 죽지 말라고 간구했다. 젊은 나이에 창창한 삶을 앞두고 꿈도 옳게 꾸지 못한 채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의사가 나더러 남편이냐고 물었다. 나는 친구라고 했다. 차가 병원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나와서 부인을 급히 수술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혼자서 수술실 문 앞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있으니까 Y 군과 형님이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
 
얼마 있으니 수술실의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와서 부인을 죽음에서 구해냈다고 했다. 의사는 첫 고비는 넘겼다면서 조금만 늦었더라도 되살릴 가망이 희박했을 거라고 했다. 아직 며칠 동안 감시를 해야 된다며 사망의 위험은 없으니 우리더러 집으로 가라고 했다. Y의 턱이 부은 것을 보니 나는 그가 또 불쌍했다. 나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 “이 병신 같은 놈아” 하면서.
 
퇴원한 부인은 다시 건강을 회복했고 우리는 친남매와 같은 정을 나누었다. 나는 부인이 직장을 다른 도시로 옮기면 Y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갈 것이고, 그가 갑자기 혼자 있게 되면 부인에게 대하는 행실이 달라질 터이니 직장을 옮기라고 했다. 부인은 학교 선배의 주선으로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병원에 취직이 되었다. Y 군도 마음을 고치고 새 출발을 약속했고 다시는 손짓을 하지 않기로 서약하고 부인을 따라서 이월에 프랑크푸르트로 이사 가기로 하고 광산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다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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