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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파독광부가 독일땅에 온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63년 파독광부 1진이 독일에 도착하면서 재독동포사회가 시작되었고, 전세계 동포사회의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파독광부분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하셨지만 정작 개인적으로는 낯설고 물설은 땅에서 고생도 많으셨을 겁니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어찌 몇마디 필설로 다하겠습니까만 파독광부분들중에 몇분이 독일땅에 와서 겪은 체험을 여기에 풀어놓고자 합니다. 파독광부의 삶은 그 자체가 소중한 역사입니다. 그러니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는 마음으로 어렵게 글을 써가실 때, 서투른 점이 있더라도 많은 성원 바랍니다. 

이정의칼럼 검정밥(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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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독50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3,311회 작성일 13-10-11 08:04

본문

늙은 학생
 
통일은 세계에서 몇째 간다는 부자국가인 독일에게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초래했다. 국가재정은 물론 일반국민에게도 예전 동독지방 부흥을 위한 공동분담금이 지어지고, 국가의 재정적 원조를 받으면서 경영하던 기업체에게는 어려움이 닥쳤다.
 
독일 광산도 국가 보조금에 의지해서 살았는데 이제 밥줄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일년 석탄 산출량을 줄이라는 압력이 가해졌다. 석탄생산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줄인 생산량만큼 광산회사의 수(數)를 줄이라는 말이었다. 독일의 석탄은 국제 석탄 시장가격보다 톤당 100 달러나 더 비쌌다. 국가 원동력 확보와 노동보장을 위한 소위 <백년계약>을 체결해서 철광회사와 화력발전소에서 독일석탄을 쓰게 하고 수입가격보다 비싼 차액을 정부에서 그들에게 배상해주었다. 톤당 100 달러의 차이면 일년에 독일 광산의 6천만 톤의 생산에 대하여 60억 달러를 정부에서 지출해야 했다. 이것은 통일독일에게는 큰돈이었다. 그래서 이 금액을 줄이겠다고 했다. 10%를 줄인다고 하면 일년에 6백만 톤의 석탄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이 생산량은 두 개의 큰 광산과 만 명이 넘는 일자리를 의미했다. 광산노동자 만 명의 일자리는 또 광산을 소비자로 상대하는 생산산업과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만 명의 일자리를 함께 말살시키는 것이 되었음으로, 두개의 광산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은 이만 명이 넘는 일자리와 그에게 달린 가족의 생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어서 곧 국민경제에 손을 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석탄 공사에서는 이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원이나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았음으로 대학교에서 광산학을 전공한 젊은 청년들이 배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형편이 안타까웠다. 내 자신도 대학교에 다니는 자식을 가졌다. 몇 년 동안 애쓰고 노력해서 졸업하고는 배운 것을 써먹을 자리가 없어 형설의 공이 헛것으로 돌아간다면 당사자와 부모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했다.
 
독일 광부의 연금법(年金法)에는 20년을 지하에서 근무한 사람은 50세에 조기 퇴직자가 될 수 있었고 55세에 정년 퇴직자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일반 사원과 노동자에게만 해당되었지, 우리와 같은 간부사원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우리는 적어도 60세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그것도 일반 국민에 비하면 3~5년이나 빨리 정년퇴직금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국가 원조금이 어렵게 되자 간부사원들도 일반사원과 마찬가지로 퇴직금을 받을 조건이 구비된 사람들은 자기가 원할 경우에 정년퇴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본사 회장단에게 내가 퇴직하고 싶다고 자원했다. 나에게 내가 받는 순 봉급의 90%를 준다면 곧 나갈 의향이 있다고 했다. 5월에 허락이 떨어졌다. 1993년 7월 1일부터 조기 퇴직할 수 있다고 허락했다. 나는 오월 중순부터 유월 말까지 남은 휴가를 받았다. 그래서 직장생활은 1993년 5월 15일에 독일에 온지 근 29년 반 만에 종결을 내렸다.
 
지나고 보면 눈물로 누벼진 파란 많은 세월이었으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재정적인 걱정 없이 죽을 때까지 연금을 타 먹을 수 있고, 또 내가 죽더라도 아내가 내가 받는 연금의 60%를 그가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으니 여생의 보장은 해놓은 셈이었다.
 
나는 옛날부터 퇴직하면 또 공부를 하고 싶어 했고, 이번에는 계속해서 박사모자까지 쓰고 나오겠다고 마음먹었다. 하고 싶은 공부는 천문학이었다. 그런데 딸이 신학을 하는 것을 가만히 보니 재미가 있어 보였다. 천문학은 공과계통이니까 이번에는 인문과의 공부를 하고 싶었다. 천길 땅속에서 땅 귀신을 만났으니 이번에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복훔 시의 루르대학교 신학과에 입학을 했다. 나는 내 딸의 후배가 되었다.
 
우선 배울 것은 고전어 즉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등이었다. 나는 히브리어부터 시작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과 하던 말을 읽고 배우니 참 신기했다. 한마디를 하면 하느님께서 통역 없이 알아들으시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재미를 들여서 배우니까 어렵다는 히브리어를 나는 쉽게 배웠다. 히브리어를 배울 때에 유학 온 젊은 목사들이 한국에는 아직 쓸만한 히브리어사전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을 들으면서, 하느님께서 나를 이 젊은 나이에 재정적인 걱정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와 건강을 주신 것은 이 일을 시키시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우선 남은 고전어를 마치자고 결정하고 헬라어와 라틴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가 있었던지 집에 와서도 몇 시간씩 복습과 예습을 했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배우자니 그만큼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해하는 것은 쉬웠는데 생전 처음 배우는 고전어는 단어를 익혀야 했다. 그러나 암기능력이 구멍 난 도가니 같았다. 빨리 외우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한번 읽고는 눈을 감으면 당장 머리에 들어왔다. 그러나 머리에 들어온 것을 나가지 못하게 잡아둘 수가 없었다. 하나를 외우고 나서 다음 것을 외우느라고 신경을 쓰다 보면 일주 후에는 먼저 외워둔 것을 다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외우기를 포기하고 단어 하나하나씩 사전에서 찾기로 했다.
 
그래도 공부는 재미있었다.
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공부를 하면서 옛날 어머님께서 주야로 ‘우리 아들 한림학사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시던 것을 생각하고는 내가 늙어서도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싸 매야하는 것이 할망구 기도덕분이구나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다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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